솜솔아빠의 '사글세방'
섬 본문
섬
나는 떨어져 나오지 않았다.
산맥에서 뻗친 길로부터
모르는 새 버림받았을 뿐이다.
꿈도 꾸지 않았고
노래 부르지 않았다.
파도에 살이 깎여
잊힌 듯 바다 가운데 서면
물살에 시린 내 검은 뼈대.
쓰러져 잠들지 않고
서서 외치지 않았다.
나와 산맥 사이를 점령한
바다의 느긋한 출렁임.
출렁일 때마다 흐르는
뭇 섬의 외로운 해방.
잠든 채 흘러가는 정어리 떼의 꿈.
나는 흘러가지 않고
침묵하며 서 있다.
보아다오, 내 땅을
차단당한 깊이보다 더 깊은
발 디딘 검은 땅.
그림자는 떠 있어도
나는 떠 있지 않다.
나를 섬이라 부르지 마라.
- 강창민의 <죽음과 외로움의 시> 비가 내리는 마을中에서 -